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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십부터, 새로운 인생을 위한 길잡이

mooozi 2011. 3. 7. 09:42
불혹,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이 책은 저자가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 대공황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불황과 사회혼란을 겪은 중년들을 대상으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해온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다. 극심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혼란에 빠져있던 마흔 이후의 중년들에게 그는 '새로운 삶의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려주었고 이것이 이 책의 주된 주제이다.

1930년대 미국과 현재의 우리나라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문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약간의 차이로 인해 이 책의 내용 중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도 있지만 그 정도야 시대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것이니 가볍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그런데 왜 하필 마흔 살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이 될 때까지는 이렇다 할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그때까지는 세상이 그 사람의 역량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타고난 그릇에 걸맞은 자리를 내어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마흔이 가까워오면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생각>이라는 행동을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훌륭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사람들이 이제 막 힘을 얻고 자신을 파악하기 시작하는 나이인 것이다.

<인생은 사십부터>, 월터 B. 피트킨 지음, 김경숙ㆍ정해영 옮김, 사이, 2007년 3월, 87쪽.

저자는 사람이 자신을 파악하기 시작하는 나이를 마흔이라고 보고 있다. 그게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것은 아니겠지만 보통 40대가 되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알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몇몇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마흔 이전에는 그저 세상의 흐름 속에서 휩쓸리며 살아가게 되지만 자신을 파악하게 되면서부터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마흔 이후에 자신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운은 오로지 '살아 있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영리한 사람들은 오래 사는 법을 배운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은 자기 자신도 딱히 즐거울 것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도 않는, 특징도 없는 타성적인 일을 계속하며 살아간다. 자유란 오직 자유로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권력은 권력 있는 자들의 것이듯, 삶이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인생이 마흔에 시작되는 것은, 뭔가 전념할 것을 찾고 살아갈 방도를 추구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삶은 공허할 뿐이다. 나약한 자들에게 마흔 이후의 삶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자각일 뿐이다. 하지만 생기 넘치고 활기찬 사람에게 마흔 이후의 삶은, <서곡이 끝나고 보다 위대한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인 것이다.

<인생은 사십부터>, 월터 B. 피트킨 지음, 김경숙ㆍ정해영 옮김, 사이, 2007년 3월, 99쪽.

그렇다면 마흔 이후에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마흔이 넘어서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인생을 마흔부터 시작하려면 자신의 '소망'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 사십에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 정도도 모른다면 인생을 시작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무엇을 소망하는지 아는 것이 그 소망을 이루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자신의 소망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

<인생은 사십부터>, 월터 B. 피트킨 지음, 김경숙ㆍ정해영 옮김, 사이, 2007년 3월, 55쪽.

목표가 없는 삶은 공허한 삶이다. 인생을 살면서 바라는 것이 없다면 다른 여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한 삶이 되지 않을까. 자신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아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소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걸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이 '언어와 논리의 숙달'이다.

따라서 제대로 삶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우리는 제대로 <읽고>, 정확한 의미로 <쓰고>, 자신의 뜻을 명료하게 <말하고>, 사려 깊게 <관찰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지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언어와 논리의 숙달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대단히 쉽게 만든다. 예를 들어 명석한 교사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는 반면, 입만 열면 허튼 소리를 하는 산만하고 서툰 교사는 단 1센티미터를 전진하기 위해 지루하게 긴 길을 돌아간다. 이는 다시 말하면,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단 10분 만에 이야기를 끝내지만, 수다쟁이는 씩씩거리며 한 시간을 질질 끈다는 뜻이다. 모든 수준 높은 일들이 다 그렇다. 근본적인 것을 정복한 자들은 평탄한 길을 여행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에너지로, 평균 수준의 사고력과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보다 열 배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

<인생은 사십부터>, 월터 B. 피트킨 지음, 김경숙ㆍ정해영 옮김, 사이, 2007년 3월, 62쪽.

이처럼 '언어와 논리의 숙달'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이를 제대로 숙달한 경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흔 이전의 경험들이 마흔 이후의 삶을 결정 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간절히 원하고 거기에 필요한 준비를 한다면 우리는 마흔 이후에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이제서야 겨우 다 읽었다. 게을러진 탓이 크겠지만 왠지 매끄럽지 못한 번역도 한 몫 한 것 같다. 책의 내용에 비해 번역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