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

지하철에 울려퍼지는 찬송가

mooozi 2009. 10. 15. 08:52
아침부터 사람들에 치여 출근하면 하루가 힘들어서, 요즘은 조금 일찍 나와 여유있게 출근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을 타자마자 어디선가 찬송가 소리가 들려오더라. 그래서 가만 봤더니 50대 후반쯤 되보이는 분이 객차 가운데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이지. 자칭 목사라고 하더라.

책을 펼쳐들고 읽고 있는데 귀에는 자꾸 그 분의 설교 소리,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끝없이 들려오는 것이다. 참 힘도 좋지. 움직이는 지하철 객차에서 30분 동안 그렇게 서서 혼자서 예배를 보더라. 설교하고,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고 …

주위에서는 궁시렁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 분은 굳굳하게 계속 자기가 할 일을 했다. 그러다 어떤 어르신 한 분께서 못 참겠는지 큰 소리로 그 분에게 항의를 했다. 어르신이 항의를 하는데, 거기에 굴하지 않고 자기가 하던 설교(?)를 계속 하는데 참 대단하다 싶더라. 저렇게 얼굴이 두껍다니 .. 저런 사람에게 걸리면 참 피곤하겠다 싶었다.

나도 한 때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사람에게는 전도가 큰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지 않을까. 자기의 종교 신념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권리는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던, 다른 사람들이 짜증을 내든지 말든지 자신의 교회를 위해 할 일은 한다? 그래,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교회에 갈까? 내가 교회에 다니다 그만 다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왜 유독 개신교 교회들만 이러는지 모르겠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저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진정한 종교인들이 불쌍해진다. 싸잡아서 욕 먹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