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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1 글쓰기 생각쓰기, 좋은 글쓰기를 위한 조언 6
  2. 2009.10.29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4
  3. 2009.09.24 글 쓰기와 책 쓰기 8
  4. 2009.07.02 쉬운 말을 씁시다! 28

글쓰기 생각쓰기, 좋은 글쓰기를 위한 조언

글을 쓰는 기회가 늘수록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보다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읽기로 마음 먹고 찾은 책이 바로 "글쓰기 생각쓰기"이다. 여러 서평들을 보니 이 책은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호, 괜찮겠는걸. 이 책을 읽으면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거야!"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다른 분들의 평가처럼 글쓰기에 대해 알아가기에는 좋은 책이라는 것과 제대로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내가 글을 쓰면서 고민했던 것들이 상당 부분 들어있었다. 덕분에 어떤 방향으로 글을 써야할 것인가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글쓰기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어려웠다. 책에 나온 내용들을 하나씩 하나씩 곱씹어가며 읽다보니 책의 분량에 비해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버릴 내용이 없다는 말도 될 것이고,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는 말도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처음에는 좋은 글쓰기 원칙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며, 우리가 써야할 글은 어떤 글인가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준다. 그 다음으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말해준다. 글 전체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방법과 어떻게 글을 시작하고 끝낼 것인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이렇게 어떻게 글을 써야할 것인지에 대한 큰 이야기를 해준 다음에는 글의 형식에 따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해준다.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과학기술 문서, 비즈니스 문서, 비평, 그리고 유머.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논픽션 글을 쓸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고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는지 알려준다. 다음으로는 글 쓰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자세로 글을 쓸 것인지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글 쓰는 것이 쉽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어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원본에 들어있는 내용 중 영어 글쓰기에 대한 내용만을 따로 빼서 책의 마지막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영어 글쓰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면 읽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아온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글이라는 것도 분명하고 간단한 글이다.

… 좋은 글쓰기의 비결은 모든 문장에서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데 있다.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단어, 짧은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는 긴 단어, 이미 있는 동사와 뜻이 같은 부사, 읽는 사람이 누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게 만드는 수동 구문, 이런 것들은 모두 문장의 힘을 약하게 하는 불순물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불순물은 대개 교육과 지위에 비례해서 나타난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년 11월, 19쪽.

글을 쓰는 것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다. 뭔가 주절저절 늘여놓기 보다는 필요한 것만을 집어넣고 빼도 되는 것은 빼야 좋은 글이 되는 것이다. 명심하자.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작업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할 때는 글을 술술 잘 써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다음 말을 이어가는 것이 참 어렵다. 무엇을 쓰고자 하는 것인지 내 자신에게 항상 물어보자.

…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자기가 쓴 글을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했나?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 글이 명료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딘가 모호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명료한 작가는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히 어디가 모호한지 알아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년 11월, 24쪽.

그리고, 글을 쓰며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누굴 위해 글을 쓰는가 하는 것이다. 자, 난 지금 이 글을 누굴 위해 쓰는가? 누군지도 모를 이 글을 읽을 사람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 다음으로 또 하나의 문제가 여러분에게 닥칠 것이다. "누구를 위해 쓰는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답이 있다. 자신을 위해 쓴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 할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년 11월, 38쪽.

윌리엄 진서의 이 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글쓰기에는 절대 지름길이 없다. 꾸준히 써봐야 글쓰기 실력도 늘어나는 것이다. 노력도 하지 않으며 왜 난 다른 사람처럼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걸까 탓하지 말자.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글은 써야 는다. 그거야 당연한데, 이 말이 당연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

신문사에서 매일 글 두세 편을 써야 하는 일을 하면 여섯 달 안에 훨씬 잘 쓰게 될 것이다. 반드시 좋은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군더더기와 진부한 표현이 가득할 수 있다. 하지만 종이 위에 언어를 펼쳐 놓는 힘과 자신감이 생기고 일반적인 문제를 알게 될 것이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년 11월, 49쪽.

이렇게 보면 기자들이 글을 잘 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들은 하루에 두세 편 이상의 기사를 써야 하니 돈 받으며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선배 기자들을 통해 교정까지 받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어떤 글에서건 가장 중요한 문장은 맨 처음 문장이다. 첫 문장이 독자를 둘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그 글은 죽은 것이다. 그리고 둘째 문장이 독자를 셋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그 글은 죽은 것이다. 이렇게 독자가 완전히 걸려들 때까지 한 문장 한 문장 끌고 가는 것이 글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인 도입부이다.

… 따라서 도입부는 금방 독자를 붙잡아 계속 읽게 만들어야 한다. 참신함, 진기함, 역설, 유머, 놀라움, 비범한 아이디어, 흥미로운 사실, 질문으로 독자를 유혹해야 한다. 독자의 옆구리를 찌르고 소매를 끌어당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또 도입부는 어느 정도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글을 왜 썼으며 왜 이 글을 읽어야 하는지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이성적으로 호소하지는 말자. 독자를 조금 더 꾀어 계속 호기심을 갖게 하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년 11월, 55쪽.

글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항상 고민거리이다. 아직 글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짧은 블로그 글을 쓰면서도 이 문제로 고민 참 많이 한다. 글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걸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건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자꾸 써봐야 알겠지.

긴 글을 구성하는 법은 명쾌하고 즐거운 문장을 쓰는 법만큼이나 중요하다. 글쓰기는 일관적이고 순차적인 작업이며 논리가 그것을 이어주는 끈이라는 점, 한 문장과 그 다음 문장, 한 절과 그 다음 절, 한 단락과 그 다음 단락 사이에 긴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 고풍스럽고 훌륭한 이야기 방식이 독자를 부지불식간에 끌어들인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쓴 명쾌하고 즐거운 문장들은 산산이 흩어져버리고 만다. 독자는 글쓴이가 여행을 제대로 준비했다는 점만을 눈치 채야 한다. 모든 단계가 필연적으로 보여야 한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년 11월, 236쪽.

아직까지 긴 글을 쓸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앞으로는 긴 글도 써보려고 한다. 남에게 보일 글이라기 보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흔적을 남겨두기 위한 글을 쓰고자 한다. 이 책을 보고 회고록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회고록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고 글쓰기 연습을 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게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읽은 내용이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 그것 밖에는 없을 것이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노력하자.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것은 글쓴이가 미국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 내용이 영어권 사람들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문들도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라 아쉬웠던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 이런 글쓰기에 대해 좋은 글을 써주신 분이 없을런지 찾아봐야겠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이건 연애 소설의 제목이 아니다. 수필이나 시집도 아니다. 이건 개발자들의 처절한 삶을 극복하게 도와줄 책이다.

IT 직종, 거기에서도 개발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처참하기 그지 없다. 밥 먹듯이 야근하는 것은 기본이며, 자기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사치일 정도로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이 개발자들의 삶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발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인지 먹고 살기 좋다는 헛소문이 떠돈 탓인지 개발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어려운데 넘쳐나는 개발자들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좋은 자리를 찾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건 어디나 다 마찬가지일 거다. 개발자에게만 한정된 어려움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발자들이 앞으로도 자기 자리 지키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지금 하는 있는 일이나 잘 하고 있으면 회사에서 정년 혹은 퇴직할 때까지 먹여 살려줄까?

이 책의 지은이 차드 파울러는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음악을 했고 색소폰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여 지금은 꽤 알려진 개발자이다. 한 회사의 인도 개발센터를 맡으며 인도에서 생활하기도 했고, 다른 여러 나라의 개발센터 개설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런 일을 겪은 차드 파울러가 개발자가 앞으로 어떤 생각과 어떤 준비를 해야할 것인가를 말해준다.

이 책의 서론에는 개발자들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자신의 경력을 위해 집중해야 할 네 가지 측면이 나와있다.

  1. 자신의 시장을 선택하라. 집중할 기술과 비지니스 분야를 신중하게 고른다. 리스크와 보상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2. 자신에게 투자하라. 지식과 기술은 자신이라는 상품의 주출돌이다. 지식과 기술에 적절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신의 시장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비주얼 베이직(Visual Basic)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해외 또는 국내 경쟁자들과 어떻게 경쟁할까?
  3. 실행하라.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갖춘 직원을 고용하는 것으로는 회사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직원은 회사를 만족시킬만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러분은 무리하지 않고 그러한 페이스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자신이 회사를 위해 좋은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
  4. 마케팅 하라. 역사상 최고의 제품이라도 아무도 모르면 팔리지 않는다. 여러분은 회사와 업계에서 자신을 전혀 알리지 않고 어떻게 인정받는가?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30쪽.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개발자를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이라도 현실의 벽이라는 것에 부딪혀서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포기한 경우도 있다. 그 벽을 넘는 것이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닐테고 그걸 넘어서야 발전이 있을텐데 현재에 정체되어 버린, 어떻게 보면 현실과 타협해버린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넘쳐나고 있는 개발자들, 날로 늘어가는 새로운 기술들. 이 틈바구니 속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고 앞으로도 개발자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남들 다 알고 있는 기술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요즘은 Java나 C, Python, PHP 등을 알고 있다고 그게 내세울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거 아냐? :-)

어떤 기술에 투자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기술은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결국 프로그래머들은 비즈니스 담당자들이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동안 편하게 앉아서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거나 운영체제를 공부하는 일만 할 수 없게 되었다. … 회사에서 계속 쓸모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비즈니스 분야를 이해하고 그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분야 권위자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43쪽.

맞는 말이다. 어떤 것이든 어떤 분야든 비즈니스가 적용되지 않은 곳은 없고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개발자는 단순히 코딩을 하는 기계에 불과할 것이다. 제대로 알고 일을 하자.

비즈니스 분야를 잘 선택해야 하는 중요성에 비춰보면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때 여러분이 선택한 회사나 업계는 자신에게 중요한 투자처다. 자신이 투자해야 할 비즈니스 분야에 대해 아직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생각해야 할 때다.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체된 비즈니스 분야에서 개발 일을 계속 하는 것은 고이자율 예금 상품이 나왔는데 이자율이 낮은 계좌에 예금을 계속 내버려두는 것과 같은 좋지 않은 투자 선택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45쪽.

이건 참 쉽지 않은 것이다. 지금 몸 담고 있는 곳을 벗어나 새로운 것에 투자하는 것,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존재하고 그 위험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때에는 경력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할테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결국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뭔가 방법을 찾기는 찾아야 한다. 역시 그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며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루 종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더군다나 일의 성과나 능률도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경우에는 차이가 많이 생긴다.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때의 성과가 더욱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대가에 대한 전기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같이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 재즈 색소폰의 대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은 소문에 따르면 입술에 피가 나도록 연습했다고 한다. 물론 타고난 재능도 능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 그러나 우리 모두는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아냄으로써 평범함을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82쪽.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은 일이다. 당장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성과가 올라가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여러 일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 나비의 날개짓 하나가 허리케인을 불러오는 거야!

그리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이 세상에 나만 변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리고 이런 투자는 위에서 이야기한 "열정"을 가지고 해야할 일이다. 열정이 없는 투자, 즉 마지못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지금 당장 프로젝트에 적용하기 위해 다른 언어를 대충 살펴보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이런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거나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처음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략적인 것들을 추려서 세미나를 부탁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그 내용에 대해 알고 태어난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또 그 과정에서 내가 아는 것을 정리할 수 있기에 응하기는 했지만, 그런 생각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노자의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물고기 한 마리를 달라고 하면 하루 동안 먹는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평생 동안 먹는다." 그러나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기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찾아서 배우라.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93쪽.

무엇인가를 정말 배우고 싶다면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가르쳐 보라. 어떤 것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행동이지만 불분명한 사고를 다루는 데는 특효약이다. 인형과 같은 물체와 얘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전승되어온 잘 알려진 문제 해결 수단 중 하나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104쪽.

개발을 하다 보면 지겨운 일을 해야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능률도 오르지 않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겨운 일은 왜 지겨울까? 왜 아직도 재미가 없을까?

대부분의 기술자에게 일이 지겨워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창조력이 발휘된다. … 그냥 넘어가고 싶은 일들은 창조력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는 일일 것이다. … 지겨운 일이 지겨워지는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 명백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겨운 일은 도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156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겨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를 위해 "지겨운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고 있다.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완벽하게 하려고 함으로써 일은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그럼 결과적으로 지겨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는 지겨운 일을 만날 때 이 방법을 시도해 봐야겠다.

일을 하면서 실수는 언제나 생길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른데,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실수를 무작정 덮으려고 하지 말고, 아래와 같은 방법을 써보라고 파울러는 말하고 있다.

  • 알게 되자마자 문제를 제기하라.
  • 책임을 지라.
  • 해결책을 제시하라.
  • 도움을 구하라.

자존심이 쌘 사람이거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우리는 일에 대한 약속을 너무 쉽게 한다. 그러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하기도 하고 대충 작업을 마치기도 한다. 결국 이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잘못하다가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예"라고 말하는 것은 습관적이고 유해한 버릇이다. 그것은 좋은 사람인 척 하려는 나쁜 버릇이다. '할 수 있다'는 태도와 자신의 능력을 '거짓으로 말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후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약속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가 있는 팀원이 있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예"라고 말할 때에는 그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이 하는 약속은 더 믿을 만하다. … 어떤 사람이 항상 "예"라고만 말한다면 엄청나게 재능이 있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 둘 중에 하나다. 대개의 경우 후자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181쪽, 183쪽.

그리고, 자주 느끼는 것인데, 개발자라면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 어떤 요구 사항이 있을 때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보고서 등을 작성할 때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파울러는 "개발자는 글쓰기 능력을 배양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문법과 철자에 맞춰 제대로 적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글쓰기 능력이 있으면 자신을 잘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는 자신이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진정한 통찰도 생긴다. 다른 사람이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국어로 자기 생각을 구성할 수 없는데, 프로그래밍 언어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어떻게 기대하겠는가?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차드 파울러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2008년 1월, 207쪽.

이왕 하는 일이라면 즐기면서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자. 하루 하루 닥친 일들 대충 처리해가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조금만 더 앞을 내다 보며 인생을 사는 것이 멋지지 않을까?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 하루도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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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와 책 쓰기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글 쓰기는 참 어렵다는 것이다. 내 마음에 담긴 말들을 글로 쏟아낸다는 것은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면, 글 쓰기는 하나의 다른 생명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무식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글 쓰기가 힘든 것인지 모르겠다.

몇 쪽짜리 논문을 쓰는 것도 힘겨운데, 책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책 표지에 있는 글쓴이의 얼굴을 가만 쳐다보기도 한다. 이 분은 어떻게 이런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직접 쓴 책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Inuit님께서 책을 내셨다고 한다.[각주:1] 책 제목은 "YES!". 이번 주말에 출간된다고 하니 서점에 나오는데로 사서 볼 생각이다.

요즘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자주 찾지 못하지만, 예전에 여유 있을 때는 Inuit님의 글을 즐겨 읽었다. Inuit님의 글에는 뭐랄까 맛과 냄새가 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항상 뭔가를 얻을 수 있기에 Inuit님의 글을 즐겨 있었는데, 이제는 책으로 나온다고 한다. 과연 책은 어떻게 쓰셨을까? 블로그에 책을 쓰신다고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출간이라니 참 빠르기도 하다. 역시 다른 사람의 일은 금방이다.

어떤 책이든 책을 쓰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항상 고마워한다.

고맙습니다!

  1. 아는 사람의 기준이 참 모호하다. Inuit님은 블로깅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런 경우도 "아는 사람"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인사라도 나눠야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긴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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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말을 씁시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정보들을 접한다. 특히 이제는 특정 정보를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많은 블로그들이 있어 참 편하게 최신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블로그들에 들어가면 뭐랄까, 좀 그렇다. 읽기가 너무 어렵다. 정보를 전해주는 것은 아주 고마운 일이나, 이왕이면 해당 분야를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써주면 좋으련만, 온갖 전문 용어와 나이스한 단어들을 사용해 읽는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각주:1]

물론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더 쉽게, 그리고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에 그런 정보를 적는다는 것은 최소한 다른 사람에 그 정보를 전하고자 한다는 의미가 클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자신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된다. 그 불특정 다수에는 해당 분야에 익숙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읽기 시작한 글이 오히려 그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게 될까. 그럴 때는 그냥 조용히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할 말 없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면 쉬운 말로 썼으면 좋겠다. 아니면, 최소한 그 용어를 설명해주는 링크라도 걸어주면 좋겠다. 읽기에 나이스하지 않은 글은 읽고 싶지 않아진다. 혹시 나만 유별나게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정보를 구걸하는 마당에 별 걸 다 바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1. 요즘 홍보나 광고, 경영 등에 관련된 정보들을 가끔 찾는데, 이런 글들을 보면 "사용자의 니즈"라는 말들을 종종 사용한다. 그렇다, "니즈"라는 말이 "요구사항" 쯤 된다는 것은 안다. 그렇다면, 그냥 "요구사항" 정도로 적어주면 좋지 않을까. 굳이 "니즈" "니즈" 적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