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언젠가부터 커피는 입이 궁금할 때마다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봉지커피 두 개를 탈탈 털어 넣고 진하게 한 잔 타서 마시고, 점심 먹은 뒤에는 1층 커피점에서 내린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고, 저녁에도 봉지커피나 내린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 이렇게 보통 하루에 세 잔 이상, 회의라도 있는 날이면 대여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 너무 많은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가끔은 어쩔 수 없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시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커피를 처음 마시게 된 것이 언제였을까? 아마도 대학 입학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에야 커피 맛도 모르고 그냥 자판기에서 나오는 달짝지근한 커피를 맛있다고 들이켰고 그런 커피가 맛있다고 생각했었다. 요즘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가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시기도 하는데 요즘 자판기 커피는 예전 같은 맛은 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부족한, 예전의 그 달짝지근한 맛을 느낄 수 없다.

요즘은 커피 그 순수한 맛이 좋다. 시럽이나 크림 등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은 커피를 때로는 연하게 때로는 진하게 마시면 그때 그때마다 느끼는 맛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커피 애호가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입에 맞는 커피를 마실 때면 작은 행복을 만나게 된다. 욕심 같아서는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싶지만, 그럴만한 부지런함도 없고 여력도 없기에 그냥 사다 마시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을 꼭 찾게 된다.

지금도 내 책상 위에는 커피가 두 잔 있다. 한 잔은 오후에 1층 커피점에서 사가지고 올라온 것, 한 잔은 저녁 먹고 타놓은 봉지커피. 커피를 타놓고 다 식을 정도로 오래도록 놓고 먹는 버릇이 있어서 내 책상에는 항상 한두 잔 이상의 커피가 놓여있다. 그리고는 일 하다 아무 커피나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향을 느끼며 잠시 정신을 차린다. 뭔가 몰두하다 정신이 없을 때 이렇게 커피를 입에 머금고 향을 느끼고 있으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은은한 커피향이 좋다.

그런데, 어쩌다 내가 커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조금 전에 한 모금 입에 머금었던 커피 때문인가. 그러고보니 오늘도 커피를 여섯 잔이나 마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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