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본 사람이 잘 때린다

뭐든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것처럼, 때리는 것도 때려본 사람이 잘 때리는 것이다. 이건 경험을 통해 습득한 것이다. 하하!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 사람과 때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 같이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때리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의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해 그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테지만, 사람을 때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욱하는 마음에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성격의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경험의 차이도 크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전 트위터에서 "미혼 여성들이 촛불 집회를 진압한 경험이 있는 전경들과는 결혼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들어서이다. 우스개 소리이기는 하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다툼의 정도가 극에 달했을 때 남자의 대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때리는데 익숙한 남자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전경들이 때리는데 익숙하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요즘 들어 가끔 영상에 비치는 전경들의 모습은 뭐랄까 집회하는 사람들을 진압할 때 과도할 정도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르겠지만, 비폭력으로 대항하는 사람들에게조차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짖누르는 모습을 보면 과연 저렇게 전경들이 휘두르는 폭력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글을 볼 현역 전경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한번쯤은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휘 명령을 따르는 게 우선이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폭력을 쓸 필요까지 있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나도 전우라는 개념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고, 충정훈련도 받아고, 실제 포탄과 실탄이 날아다니는 훈련도 경험했다. 나라도 내 옆의 전우가 상대에게 맞아 쓰러진다면, 그 상대가 적군이든 시위대든 시민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한다. 전투 중에 병사를 이끄는 것은 지휘관의 명령도 아니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아니고, 정치이념도 아닌, 바로 전우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는가.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현장에서 겪는 심적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전경들이 상대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의 부모이고 형제들이다.

이건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경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 위에 앉아 우리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 인간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지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전경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현장에서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전경들은 우리의 자식들이며 형제들이다.

지난 1987년 6월에 어떻게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다. 비폭력으로 폭력에 맞서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건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고 있고 또 그만한 댓가를 가져다주리라 생각한다.

그 현장에 나가 함께 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죄스러울 따름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흥분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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