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하나 바꿨을 뿐인데

아이폰으로 전화기를 바꾸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 전화기는 그저 전화기 그 용도로만 사용했다. 전화기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던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며 전화기는 전화만 잘 되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폰으로 바꾼 이후에 이런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전화기는 나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기가 되었다. 전화기로 전화 하는 일 외의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화기를 바꾼 것이니 쓸 수 있는 만큼은 많이 쓰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웹 서핑을 하거나 메일을 확인하거나 블로깅을 하거나 간단한 게임을 할 일이 있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면 된다. 길을 찾을 일이 있으면 지도를 보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지하철 노선을 보고 싶으면 지하철 역사에 있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된다. 버스 노선을 알고 싶으면 버스 정류장에 나와있는 노선도를 보거나 웹 상에서 확인하면 된다. 노래를 듣고 싶으면 컴퓨터를 켜거나 오디오 기기를 켜면 된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영화관에 가거나 TV를 보거나 비디오 혹은 DVD를 보면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스마튼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난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이폰을 원한 걸까? 그리고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아이폰을 장만한 걸까?

글쎄. 딱히 왜 아이폰을 샀고 아이폰을 사서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답을 하기는 힘들다. 다만, 아이폰이 있음으로 인해 대부분의 경우 내가 원하는 컨텐츠를 언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이폰 산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폰이 만능일 수는 없지만, 그 한계를 인정한다면 아이폰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많다.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될 일이기는 하지만, 언제든 온라인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다.

나 못지 않게 아이폰을 잘 쓰고 있는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다. 장난 삼아 아이들에게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을 써보도록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틈만 나면 내 전화기를 들고 피아노며 퍼즐 맞추기, 틀린 그림 찾기, 카메라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아이폰을 잘 사용하니 나도 아이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찾아 설치하게 된다. 앱스토어에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이 있고 그 중에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진 애플리케이션들도 많이 있다.

사람마다 스마트폰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어떤 생각이 옳다 그르다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테고, 문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이고 거기에서 어떤 것을 얻을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다른 사람에게 별의미 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결정적으로 전화기를 바꾼 뒤로는 심심할 틈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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