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고속도로

요즘 주말 고속도로는 차들이 참 많다. 일요일 저녁에는 서울로 올라가는 차들이 아주 많아서 광주에서 서울까지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차 막히지 않으면 광주에서 서울까지는 세시간 삼십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이렇게 차들이 막힐 때 어김없이 보이는 것은 줄줄이 서 있는 관광버스들. 덕분에 휴게소는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 아주머니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제 비도 오고 날씨도 추워져서 단풍도 대부분 떨어졌을텐데 어딜 저렇게들 다녀오시는 걸까?

어제 광주에서 4시 30분 버스를 탔는데, 서울 강남터미널에 내리니 10시 30분이더라. 딱 여섯 시간 걸린 건가. 고속버스 기사님께서는 어떻게든 빨리 가보시려고 빙빙 돌아서 왔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천안에서 딱 걸려서는 거기서부터 서울까지 기어서 왔다. 애쓰신 기사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제는 버스에 취객이 한 분 타셔서 그 분 덕분에 두 번이나 정차했으니 기사님 심기가 썩 좋지는 않았을 거다.

참 자동차들 많다. 그 많은 자동차들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차 막힐 때보면 온갖 차들이 도로 위에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끝없는 자동차들의 행렬, 그 속에서 멍하니 앉아서 그 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이 사람들은 뭐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서울로 올라가려고 할까? 이렇게 차가 막힐 줄 알면서도 왜 차를 가지고 나오는 걸까? 저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옆에 앉은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남녀 한 쌍은 비행기나 기차를 타지 않고 어째서 고속버스를 탔을까?

불 켜놓고 책 읽는 것도 지겨워져서 MP3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이런 저런 생각들을 참 많이 했다. 아까운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망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다. 서울 올라와 정신 없이 살며 비록 망상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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